| 제목 | 깔리고 밟히고… 100여명 탑처럼 쌓여 |
| 이름 | 관리자 |
| 일자 | 2005-10-04 18:24:44 |
| 내용 | 깔리고 밟히고… 100여명 탑처럼 쌓여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3일 오후 7시 MBC 가요콘서트가 열릴 예정었던 상주시민운동장. 운동장 밖에는 3시간 전부터 상주시민 2만여명이 몰려들었다. 운동장 안에 마련된 좌석은 1만석. 스탠드에도 1만석이 마련돼 있었으나, 시민들은 무대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문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오후 5시40분쯤 트랙을 거쳐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문 5개 중 1개인 직3문이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문앞에 모여있던 5000여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사고 상황
너비 6ｍ에 불과한 문제의 직3문에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앞 사람이 넘어지자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직3문 앞은 운동장 방면으로 경사가 져 있어 넘어진 사람 위로 뒤따르던 사람이 잇달아 넘어지면서 순식간에 100여명이 탑처럼 깔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고 상황을 목격한 황성연(81·상주시)씨는 “두 짝으로 된 문 중 하나가 열리면서 사람에 뒤덮여 소리지르는 사람, 문틈에 끼인 채 우는 사람, 서로 잡은 손을 놓지 못해 빨려 들어가는 사람 등 현장은 엉망이었다”며 “주최측이 갑자기 문을 여는 바람에 이런 참사가 일어났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가수 매니저는 “리허설이 끝난 직후 한쪽 문이 우지끈 넘어지는 듯하면서 사람들이 일순 쏟아지다가 100명 가량이 탑처럼 쌓였다”고 사고 당시를 증언했다. 김모(46)씨는 “직3문 앞에서 기다리던 중 갑자기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입구 쪽에 사람이 쌓여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사상자 120명
“사람들이 겹겹이 뒤범벅이 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어요.”
이날 부인 김인심(67)씨를 잃은 김병술(69·상주시)씨. “사람들이 확 밀려 넘어지면서 손을 잡고 있던 아내가 사람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람들이 겹겹이 뒤범벅이 된 채 30여분이 지나서야 이미 숨져버린 아내를 발견했다”고 울먹였다. 자신도 오른쪽 다리 골절상을 입은 김씨는 이날 저녁 휠체어를 탄 채 부인의 시신이 안치된 상주성모병원 영안실 복도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안선봉(71·상주시 하남면)씨는 “갑자기 문을 여는 바람에 사람들에 밀려 맨 밑에 깔려 있었다. 10분 정도 몸부림치다 결국 정신을 잃었다”고 했고, 함께 다친 부인 이우자(62)씨도 “사람들 속에 밀려 들어가는 순간, 건장한 남자들이 밖에서 끌어당겨 주는 바람에 겨우 살았다”고 했다.
황인애(15·상주시 청리면·중학2년)양은 동생 황인목(14)군, 사촌동생 황인규(12)군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이들을 잃었다. “철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와락 몰리자 경찰이 갑자기 막아섰어요.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끼여서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잠시 멈칫하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넘어질 때 동생들이 앞으로 엎어지면서 비명 한번 못 지르고 사람무덤에 깔려버렸다”며 울먹였다.
이날 사망자는 11명, 부상자는 모두 109명 발생했다. 부상자들은 성모병원(52명), 상주적십자병원(22명), 현대정형외과(3명)등 6곳에서 치료중으로, 경상인 28명은 귀가했다.
◆사고 원인
당시 사고 현장에는 가요콘서트 주최측인 국제문화진흥협회에서 파견된 아르바이트생 50명을 비롯 경찰 14명, 용역업체 직원 25명 등 현장관리자가 90여명에 불과해 현장통제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행사를 담당한 사단법인 국제문화진흥협회는 “지난달 초 상주시를 통해 경북경찰청에 경찰력 230명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시에서 지난달 30일 ‘경찰 동원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그대로 행사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장에 있던 통제 인력은 공연 진행과 관련된 전문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공연기획사 간부는 “이번에는 전문 인력이 거의 없었던 게 대형 사고를 가져 왔다”고 말했다. 허술한 현장관리도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고당시 직3문 주위로는 7~8곳의 노점상들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관람객들이 여유있게 줄을 서서 기다릴 공간이 없는 상태였다. 주최측은 현장 노점상에 대한 관리나 단속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사고후 현장 정리도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초대 가수로 노래를 부를 예정이었던 ‘어머나’의 장윤정씨는 “사고가 나고 1시간 후에도, (사고가 난 줄 모르고)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뛰어다녔을 정도로 현장 정리가 안됐다”고 했다. 이날 공연은 취소됐으나, 많은 시민들은 사고 후에도 운동장에 들어와 1시간 가량 공연을 기다리다 돌아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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