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아직 주민등록증도 나오지 않은 여고생이 |
| 이름 | 관리자 |
| 일자 | 2005-01-27 13:21:48 |
| 내용 | [앵커멘트]
아직 주민등록증도 나오지 않은 여고생이 간경화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해 간 이식 수술을 했습니다.
간의 70%를 떼내는 큰 수술을 마치고도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대견한 이 효녀를 박소정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중환자실에서 내려온 아버지를 보러 세 자매가 줄줄이 들어섭니다.
제일 키 큰 아이가 둘째 유리입니다.
이달 초, 간 이식 수술을 한 탓에 아직 기운이 없습니다.
아버지 수술 자국에 눈을 가리고 마는 겁 많은 여고 1학년생.
하지만 신기하게도 큰 수술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인터뷰:허유리, 만 16살]
"무섭지는 않았어요. 마음이 담담했어요. 망설일 것도 없이 제가 아니면 아빠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데.. 그래서 그냥 바로 결정했어요."
여간해서는 칭찬할 줄 모르던 엄한 아버지.
하지만 딸의 결정 앞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허범석, 아버지]
"자면서 혼자 많이 울었습니다. 누구한테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수술 끝나고 정신 들었을 때 애를 쳐다보니까 눈물이 막 흐르더라고요."
간이 온전히 자라날 때까지는 수업 듣기도 힘듭니다.
다행히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언니가 틈틈이 예습을 시켜줍니다.
[현장음]
"잘 모르겠어."
"이건 이해했어? 로그 A에 B가.."
힘겨운 고비를 넘겼지만 유리네 가족은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일에 묻혀있던 아버지는 이제 무엇보다 가족이 먼저라며 다짐합니다.
세 자매 우애도 더욱 끈끈해졌습니다.
그래서 유리는 배 위를 가로지른 상처가 뿌듯하기만 합니다.
[인터뷰:허유리]
"흉터 남는 건 수술 전에는 걱정이 많았거든요. 수술하고 나니까 걱정 안돼요. 이제 자랑스런 흉터로 남길 거예요."
아버지와 함께 여행갈 날을 손꼽고 있는 유리.
다섯 식구가 활짝 웃는 가족 사진을 찍어 커다랗게 걸어두는 게 꿈입니다.
YTN 박소정[soj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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