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제목 “아빠 없어도 살 수 있지?”…생활고 비관 일가족 한강 투신，父子 사망 이름 관리자 일자 2005-06-01 20:21:44 내용 “아빠 없어도 살 수 있지?”…생활고 비관 일가족 한강 투신，父子 사망 [사회부 2급 정보] ○…31일 밤 서울 암사동 토끼굴 근처 한강둔치. 이모(46·서울 창동)씨 가족 4명은 흐르는 강물을 하염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의 시간이 흐른 뒤 “아빠 없이도 살 수 있지?”라고 이씨가 어렵게 말문을 열자 아들(10)은 “우리 가족 네명 중 한명만 없어도 우리는 못살아요.우리 가족은 항상 함께 해야 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가족들은 한참을 서로 부둥켜 안고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이씨가 부인(44)과 딸(11),아들을 데리고 한강 둔치를 찾은 것은 이날 낮 12시쯤. 2000년 시작한 기차 모형 장난감 제조업이 2003년부터 급격히 기울었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씨는 최근 들어 부인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꺼냈다. 그러나 그때마다 부인은 “당신이 있어도 이렇게 사는게 힘든데 당신이 없으면 어떻게 사냐”고 이씨를 설득했다. 자신이 굶을지언정 어려운 친구에게 밥을 사줄 정도로 선했던 이씨에게 올 초 결혼을 앞둔 직원에게 수금이 안돼 월급을 주지 못하는 자신을 향한 자책감은 커져만 갔다. 특히 며칠전 두 아이가 심한 복통을 호소하면서 구토를 했으나 이미 건강보험료가 60만원이나 연체돼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자,이씨의 좌절은 극에 달했다. 이씨는 이날 다시 한번 살아보겠다고 의지를 다잡기 위해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한강을 둔치를 찾았다. 그러나 도산 위기에 직원들의 월급이 몇달째 밀리고,송사까지 걸려있던 이씨에게 삶의 무게는 ‘다시 살아보겠다’는 의지마저 꺾고 만다. 밤이 12시를 넘어가자 이씨가 먼저 강물로 걸어들어갔고,이어 두 아이를 안은 부인이 뒤를 따랐다. 1일 새벽 3시쯤 물에 빠져 있는 이씨 가족을 한강관리사업소 청원경찰 차모(52)씨가 발견한다. 이들은 차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강순찰대원에 구조돼 인근 길동 강동성심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씨와 이씨의 아들은 끝내 숨졌다. 병원 장례식장에 덩그러니 앉아있던 이씨 부인은 “채권자도 직원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다 저희 잘못입니다. 정말 가슴 아픈 것은 남편과 아이와 같이 가지 못한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하염 없이 눈물지었다. 한장희기자 jhhan@kmib.co.kr